서론: 섬망은 모두 같지 않다 – 구분이 관리의 시작이다
섬망은 한 가지 모습만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어떤 환자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병실을 뛰쳐나가려 하고, 또 다른 환자는 말수가 없어지고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 있는다. 보호자 입장에서 보면 이 둘은 전혀 다른 질환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두 같은 이름의 ‘섬망’이라는 급성 뇌 기능 장애다. 단지 그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뿐이다.
섬망은 크게 ‘과활동형’과 ‘저활동형’, 두 가지로 나뉜다. 각각의 유형은 증상, 위험성, 관리 방법이 모두 다르며,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에 따라 보호자와 의료진의 대응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구분을 잘 알지 못해, 저활동형 섬망은 우울증이나 무기력으로 오인되고, 과활동형 섬망은 정신질환으로 잘못 판단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두 가지 섬망 유형의 차이점과 특징, 그리고 각각에 맞는 대응법과 주의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 1. 과활동형 섬망 – 눈에 띄는 변화, 가장 흔한 형태
과활동형 섬망은 일반인이 가장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유형이다. 이 유형의 환자는 평소와 다르게 매우 흥분된 상태, 과도한 언어 사용, 반복적인 행동을 보인다. 예를 들어 병실을 배회하거나, 의미 없는 말을 반복하고, 심하면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며 욕설이나 신체적 저항까지 보일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매우 분명하기 때문에 의료진도 빠르게 반응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 증상을 단순히 ‘혼란’이나 ‘성격 변화’로 치부하기 쉽다는 점이다. 특히 밤이 되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 입장에서는 “밤만 되면 미쳐간다”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과활동형 섬망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안전 확보다. 낙상, 자해, 타인 공격 위험이 있으므로 병실 구조 조정, 신체 억제 최소화 원칙에 따라 간호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신체 억제는 필요 최소한으로만 사용해야 하며, 차분한 음성 자극, 조명 조절, 반복적인 안정 설명 등이 도움이 된다.
🧊 2. 저활동형 섬망 – 조용하지만 더 위험한 유형
저활동형 섬망은 겉보기에는 ‘얌전하고 조용해진’ 모습이라 눈치채기 어렵다. 환자는 말수가 줄고, 표정이 무표정해지며, 식사를 거부하거나 질문에 반응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 보호자는 이를 단순한 우울증, 무기력, 혹은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상태는 과활동형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대응이 늦고, 뇌 기능 저하가 지속되는 동안 회복 지연, 인지력 손상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활동형 섬망은 병원에서 놓치기 가장 쉬운 섬망 유형이며, 진단되지 않은 상태로 수일 이상 지속될 수 있다.
이 유형에서는 환자에게 반복적인 자극과 친숙한 환경 제공이 필수다. 이름을 자주 불러주고, 시간과 장소를 자주 안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환자의 반응이 미세하더라도 이를 기록하고 의료진과 공유해야 섬망 회복 시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 3. 혼합형 섬망 – 두 형태가 교차하며 나타날 때의 어려움
실제로 많은 환자들은 과활동형과 저활동형 증상을 시간대별로 번갈아가며 보이기도 한다. 이를 ‘혼합형 섬망’이라고 하며, 매우 흔하면서도 대응이 까다롭다. 오전에는 말을 거의 하지 않던 환자가 밤이 되면 갑자기 크게 외치고, 다음 날 아침엔 다시 무기력해지는 식이다.
혼합형 섬망의 가장 큰 문제는 보호자나 의료진이 일관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간호기록과 보호자 관찰을 통해 시간대별 행동 변화를 정밀하게 기록해야 한다. 이 과정이 누락되면 단순한 성격 변화로 오해받아 섬망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된다.
이 경우에는 24시간 감시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고, 환자의 생체리듬을 최대한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낮에는 자연광을 충분히 제공하고, 밤에는 소음과 자극을 최소화하여 **일주기 리듬**을 복구시키는 것이 섬망 회복에 도움이 된다.
🛡️ 4. 섬망 유형별 대응법 – 보호자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섬망 유형은 증상뿐 아니라 대응 전략도 달라야 한다. 과활동형에는 안전과 진정이 우선이고, 저활동형에는 자극과 관심이 필요하다. 혼합형 섬망의 경우에는 시간대별 맞춤 전략이 동시에 필요하며, 그 중심에는 보호자의 관찰과 반응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섬망이 ‘정신질환’이 아니라는 인식이다. 이는 일시적인 뇌 기능 장애이며, 대부분 회복이 가능하다. 보호자는 환자의 평소 행동과 지금의 상태가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의료진에게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예: “어머니는 늘 신문을 보시던 분인데 지금은 신문을 펼치지도 않아요” 같은 정보가 진단과 치료에 매우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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