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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망

섬망 상태에서 보이는 이상 행동의 의미

by happy0708 2025. 7. 16.

🔍 서론: 섬망의 이상 행동은 뇌가 보내는 구조 신호

병원이나 가정에서 섬망 상태에 있는 노인을 관찰하다 보면, 평소에는 전혀 하지 않던 이상 행동들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갑자기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짓는다든지, 가족을 경찰로 착각하거나, 벽에 대고 말을 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처음 보는 보호자 입장에서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헛소리”나 “노망”이 아니다.
섬망 상태에서의 행동은 뇌 기능이 급격히 흔들리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복합적 신경 반응이다.
그리고 그 행동 하나하나에는 의미와 신체 내부 상태의 반영이 숨어 있다.

👀 1.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환자 – 시각 환각의 신경학적 해석

섬망 환자가 자주 보이는 행동 중 하나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나 사물을 보고 반응하는 시각 환각이다.
예를 들어, “저기 사람 있어요”, “뱀이 기어가요” 같은 말을 하며 공포에 질린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시각적 환각은 섬망의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이며, 뇌의 후두엽과 시상 영역의 기능 이상으로 설명된다.
후두엽은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인데, 섬망 상태에서는 감각 정보와 현실 판단 기능이 분리되면서 실제 존재하지 않는 장면을 그려내는 것이다. 특히 밤이 되면 조명, 그림자, 커튼 주름 등이 뇌에 왜곡되어 인식되기 쉽다.

이때 보호자는 환자의 말을 무시하거나 반박하기보다는,지금은 아무도 없어요”라고 차분히 말하며 감각 자극을 최소화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내 조도를 조절하거나, 환자의 시야를 안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두려움이 거짓이 아니라 그 순간에는 ‘실제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 2. 손을 허공에 휘젓거나, 몸을 더듬는 행동 – 촉각 왜곡 반응 

섬망 환자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손을 흔들거나, 자신의 옷깃이나 이불을 계속 만지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자신이 벌레에 물렸다고 주장하며 피부를 긁는 모습도 보인다.
이러한 이상 촉각 행동은 뇌의 체감각 피질이 과흥분 상태에 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반응이다.

뇌가 실제 촉각 자극 없이도 잘못된 감각 신호를 생성하면서, 피부에 뭔가 붙어있다고 인식하거나 불쾌한 느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환자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고, 외부에서 봤을 때는 ‘이상한 행동’처럼 보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물리적으로 행동을 억제하기보다는,
시원한 수건으로 닦아주거나 손을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뇌에 감각 재정렬 신호를 줄 수 있다.
섬망에서의 촉각 이상은 단순한 신체 불편이 아니라 감각정보 처리 오류에 따른 반응임을 인지해야 한다.

섬망 상태에서 보이는 이상 행동의 의미


3. 말이 안 통하거나, 말이 반복되는 현상 - 언어회로의 불안정

섬망 환자는 때때로 엉뚱한 말을 하거나, 같은 문장을 반복하거나, 말이 잘 안 나오는 언어장애를 보이기도 한다.

예: “오늘이 수요일이에요?”, “지하철이 와요” 같은 맥락 없는 문장을 반복적으로 말하는 경우다.

이런 언어 이상은 브로카 영역, 베르니케 영역, 전두엽 간의 연결 오류로 인해 발생한다.

즉, 언어 생성은 되지만, 말의 의미와 목적이 뇌 안에서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상태다.

특히 뇌의 피로가 심하거나 산소 공급이 저하되었을 때 이러한 언어 혼란이 더 자주 나타난다.

보호자는 이때 환자의 말을 억지로 바로잡거나, 논리적으로 따지려 하지 않아야 한다.

대신, 지금은 안전한 곳에 계세요”, “잠깐 헷갈리실 수 있어요”라고 반응하며, 편안한 말투와 반복적인 문장으로 안정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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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극도의 불안, 도망 시도, 거부 행동 - 본능적 생존 반응

섬망 상태의 환자들은 때때로 병원복을 벗으려 하거나, 주사를 거부하고, 병실에서 나가려는 행동을 보인다.

또는 자신이 납치됐다고 주장하거나, 간호사를 경찰로 착각하기도 한다.
이 모든 행동은 뇌가 외부 자극을 ‘위험’으로 오인한 결과다.

섬망 상태의 뇌는 환경을 분석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자극을 ‘생존 위협’으로 간주하고 도망 반응을 활성화시킨다.

즉, 환자는 지금 이 행동이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뇌에서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억지로 제지하면 환자의 불안과 공격성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높이를 맞추고, 이름을 부르며, ‘이곳이 안전하다’는 신호를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가족의 목소리, 손길, 사진 같은 정서적 자극을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